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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드라이브 여행
멘토 2008-06-04 2812
밀양 드라이브 여행, 사람도 없고 차도 없네

[일간스포츠 박상언] 

겨울여행의 주제는 한적함이다. 봄의 생동감. 여름의 활력. 가을의 화려함과는 다른 분위기다. 산과 들은 을씨년스럽고. 길 위에는 말라 비틀어진 낙엽만이 바람 따라 이리저리 뒹굴 뿐이다. 볼거리가 없다는 것의 다른 표현이다.

그렇다고 마냥 아랫목에 앉아 겨울이 떠나기를 기다릴 수는 없다. 집을 나서보자. 황량함 속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겨울의 존재 의미를 알 수 있게 된다. 그래서 겨울을 기다려 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경남 양산과 밀양이 인접한 고장은 다른 계절도 좋지만 겨울여행에 잘 어울린다.

영남 알프스의 중심을 이루는 이 지역은 계곡·호수 등을 끼고 있어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날씨도 적당해 차창을 약간 열어놓고 달리다 보면 오염되지 않은 청정지역의 공기를 마음껏 들이킬 수 있다.

▲영남 알프스의 보석 배내골

경부고속도로 양산나들목에서 나와 어곡터널과 어곡지방산업단지를 지나 북쪽 신불산 고개에 서면 새로운 세상이 맞는다. 강원도 깊은 산속에서나 볼 수 있는 웅장한 산세가 앞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고개 오른쪽은 오는 15일 개장을 앞둔 에덴밸리스키장이 제설작업에 한창이다.

구불구불. 조금은 가파른 고갯길을 다 내려가면 작은 사거리를 만난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면 작은 계곡이 구불구불 이어지는데. 이 지역을 배내골이라 부른다. 야생 배나무가 많다고 해서 한자로 이름지었던 이천동(梨川洞)을 우리말로 바꾼 것이다.



여름철 부산·울산 등 영남 사람들의 피서지로 인기를 끌었던 배내골은 지금 사람 그림자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한산하다. 배내골은 무엇보다 오염되지 않은 청정계곡이란 것과 깨끗하게 포장된 길이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는 점에서 드라이브 코스로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영남 알프스의 한 자락인 가지산에서 출발한 계곡은 10여㎞를 달려 밀양호로 흘러든다.

쉬엄쉬엄 차를 세워두고 얼음보다 차갑고 수정보다 맑은 계곡물에 살짝 손을 담가보는 것도 겨울철 계곡 따라 달리는 드라이브의 재미다.

▲잔잔한 겨울호반 밀양호

배내골에서 되돌아 나와 밀양 방면을 길을 바꾸면 오른쪽 아래 계곡에 고인 물의 양이 많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밀양호의 최상류 부분이다. 밀양호는 낙동강 수계 밀양강 지류인 단장천을 막아 2001년 완공한 인공호수다. 양산·밀양 등 경남 동북부에 용수를 공급하고. 전기도 생산하는 다목적 댐이다.

길은 댐 왼쪽 가파른 능선을 가로질러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하지만 막상 길 위에 오르면 시야가 확 트이면서 가슴이 뻥 뚫린 듯한 느낌을 준다.

약 3㎞쯤 가면 밀양호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에 이른다. 용암정이란 현판이 붙은 정자에 오르면 북쪽으로 밀양댐. 남쪽으로는 마치 커다란 용이 비상하는 형상의 물길이 이어진다.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일찍이 조선시대 문인 점필재 김종직이 무릉도원에 비견했던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정자 앞 망향비 비문에는 밀양호 건설로 인해 정든 고향을 떠나야했던 실향민들에 대해 당시 밀양시장의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을 전하는 내용이 쓰여 있어 애잔한 마음까지 전해준다.

밀양호는 일교차가 큰 새벽이면 물안개가 호수를 가득 메운다.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지만 이번 주말 기온이 좀 더 떨어지면 새벽 물안개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을 듯 싶다.

▲산책 겸한 겨울산사 표충사

밀양댐을 지나 단장면 범도보건소 앞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표충사로 가는 길이다. 5㎞ 남짓의 길 양편은 벚나무가 빼곡히 심어져 있는데. 앙상한 가지만이 봄을 준비하고 있다.

제약산의 품 안에 조용히 들어선 표충사는 1300년이 넘는 유서 깊은 사찰답게 초입부터 심상치않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1㎞에 이르는 길 양편을 가득 메워 고적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한 절집 주변도 운치가 가득하다. 차를 이용하면 일주문을 지나 절 바로 앞 주차장까지 갈 수 있다. 여름날 무성했던 잎은 모두 떨어져 발 아래 푹신한 양탄자를 만들어놓았다.

주변 지역의 전설이나 불교 경전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 대신 밀양 제약산(1108m) 자락에 자리한 표충사의 작명 사연은 조금 다르다. 불교와 유교의 이념이 혼합돼 있기 때문이다. 신라 무열왕 원년(654년) 원효대사가 죽림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했고. 흥덕왕 4년(829년) 영정사로 이름을 고쳤다. 임진왜란으로 불탄 것을 선조 33년(1600년) 혜징화상이 중건했다.



지금의 이름은 조선 헌종 5년(1839년) 사명대사의 8대 법손 천유선사가 임진왜란 때 구국을 위해 헌신한 사명·청허·기허 대사 등을 기리기 위해 위패를 모시면서 부르기 시작했다. 불교 탄압이 심했던 조선시대 유교 이념의 한 축인 충성을 강조했다는 점이 아이러니다. 표충사에는 국보와 보물 등 다양한 문화재가 소장돼 있다.

배내골·밀양댐·표충사를 돌아보는 약 40㎞의 드라이브를 마치면 나가는 길은 세 갈래다. 배내골을 관통해 울산시 울주군으로 나서거나 밀양시로 빠지면 된다. 나머지 하나는 양산나들목 방향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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